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다시 읽는 중이다. 언제나 나는 이 책의 15페이지에서 오랫동안 머물다가 다음 페이지를 넘긴다. 나의 풍경 속에도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풍경... 사진을 찍으러 다닐 때조차 카메라 앵글 속에 사람을 두지 않는다. 풍경의 인상만을 남겨놓는다. 추억조차 빛바래질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는, 결국 기억에 남아 있는 건 흔적과도 같은 풍경의 ‘인상’만 남아 있을뿐이니까.

‘뒤돌아 본 저 뒤편에선 이제는 낯선 내가 보이고...’ 라는 가사처럼, 기억 속의 낯선 내가 있고, 그때의 내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없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그저께의 나, 어제의 나, 오늘...내일...모레...의 나는 잔상처럼 흐려져갈 뿐이다. 작업을 진행해나가면서 수정을 해야하겠지만, 나의 작업을 이렇게 정리해두었다.

< 채집된 풍경 >

나의 작업은 철저히 계획되기보다는 즉흥적이며 우연적인 효과에 의해 진행된다. 어느날, 우연히 그림을 그리던 중 실수한 부분을 지워내기 위해 휴지로 닦았고, 다른 부분까지 휴지에 찍힌 자국이 생기고 말았다. 그 흔적들이 예측불가능하고 불확실한 일상의 인상과 닮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일상의 풍경들을 채집하기 시작했다. 직접 사진을 찍기도하고 인터넷이나 sns 검색을 통해 풍경을 채집해나간다. 나는 그렇게 채집된 이미지에서 의 인상을 그린다. 나의 마음 안에 들어와 인상으로 남은, 어떤 장면들은 사소하고 일상적인 풍경에 나의 무의식이 결합하는 지점임과 동시에 가시적인 것 너머의 비가시적인 세계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한 그것은 나에게 파편화되어 잔상처럼 남은 기억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경험과 기억을 축적하며, 우리의 삶은 불확실성 속에서 혼란을 거듭하기도 한다. 이러한 혼란은 급변화하는 일상과 수많은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본다’는 것에 기인한 것이다. 우리는 대상을 ‘봄’으로써 인식을 하고, 인식된 대상은 기억 속에 자리잡게 된다. 하지만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은 늘 부정확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왜곡되기 마련이다. 인식의 대상들도 시간 속에서 변화되지만, 인식의 주체인 나 역시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렇기에 나의 작업 속 풍경은 실재의 풍경과 기억 속 풍경, 스쳐지나간 숱한 이미지들이 혼재되고 중첩되어 나타난다. 재료의 물성이 화면에 그대로 흔적의 형태로 노출시킨 바탕위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기억과 이미지의 인상을 즉흥적인 붓 터치들과 반복적으로 흘림으로써 풍경을 증식시켜 나간다. 이 행위를 통해 다양한 흔적들을 나타내는 데, 이것은 ‘기억’이라는 그물망을 건져 올리는 것과 같다. 나는 삶의 파편들을 가지고 보았던 대상의 이미지들을 캔버스에 각인한다. 그러나 그 각인은 단순히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다. 나는 중첩시키거나 흘러내린, 혹은 지워진 형상 속에서 ‘숨은 그림 찾기’ 를 하듯이 ‘어떠한 것’을 찾아낸다. 그것이 기억 속의 왜곡된 파편이든 애매모호한 추상적인 이미지이든, 상상력에 의한 어떠한 것이든 간에 말이다. 순간성과 우연성, 재현적인 것과 비재현적인 것,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일상적인 것과 비일상적인 것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듯 말이다. 나는 작업을 통해 풍경을 반복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시켜 시각적으로 구현해나간다. 이는 일상 속에 시시각각 변해가는 풍경이 우리의 불확실한 일상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를 사유할 수 있는 고독할 시간의 자유마저 빼앗겼다. 나에게 있어 회화란 그리기를 통해 사유하며 정답이 없는 세상 속에서 정답을 구하고자 하는 고독한 순례자의 길을 걷는 것과 같다. 그것은 삶의 흔적들, 인상으로 남겨진 기억의 편린들이 빛바랜 스냅 샷처럼 남겨진 채집된 풍경으로 나타난다. https://t.cn/R2Wxsy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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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요[好爱哦][好爱哦][好爱哦]
1.정회는 물을 달라고 합니다.
2.정회는 점심을 사 달라고합니다
3.정회는 물을 아이에게 주라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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